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유월의 한(恨)
기사입력 2019.06.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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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상반기의 마지막 달 유월의 문지방을 넘어섰다. 새해맞이 계절은 앙상한 가지에 눈꽃으로 장식했었건만 어느새 유월은 무성한 신록의 싱그러운 자태를 스스로 뽐내며 창조자의 영광을 노래한다. 지긋이 눈을 감고 세미하게 들릴락 말락 귓전을 노크하는 소리에 영성을 깨울 때 영혼의 영안이 열리며 신록의 리듬과 멜로디에 새겨진 시편 9212~14절의 가삿말을 되뇌게 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 그 어떤 세월도 꺾을 수 없는 유일한 대상 체계다. 곧 늙어도 잎이 청청하여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성장하며 종려나무같이 번성할 것이라는 신적 보장이 그것이다. 해마다 오뉴월이면 떠오르는 구절이지만 왠지 금년에는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년을 목전에 둔 탓일까도 생각해보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내 영이 시편의 가사 말처럼 그렇게 점점 청청하여 성장과 번성의 노후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내면을 지배한 것 같다.
점점 자신감이 쇠약해져 가고 영성의 지혜나 슬기도 어느새 실수와 허물의 누더기를 걸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뻔뻔함까지 늘어만 가는 주름살을 오염시킨다. 필자에게는 고령 인생의 고비를 넘는 9부 능선의 유월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상반기를 터벅거리며 안간힘을 쏟아 걸어온 길이었건만 뒤돌아 본 흔적은 오직 무능의 발자국 뿐, 주께서 기뻐하실 영광의 열매는 어드메에 있는지 뵈질 않는다.
연초의 눈 덮인 앙상한 가지들은 저렇게 싱그러운 신록으로 싱싱한 생명력을 삼라만상에 선물하건만, 저기 길섶에 자란 이름 모를 잡초 앞에서조차 떨군 고개를 들 수 없는 자괴감에 녹초가 된다. 그리고 한없이 작아진 유월을 보내는 심장에 회개의 눈물만을 채울 뿐이다.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주님의 냉정한 질타가 부끄러움의 심장을 오열하게 한다.
누군가가 낭만의 유월을 노래할 때 그 한편에서 흘린 눈물을 그 누가 어찌 알리오마는 회개의 씨앗을 뒤늦게나마 파종하는 늦깎이 농부의 기도는 시은 좌를 진동시킬 것임을 확신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에게 약속된 기쁨의 단을 노래한 한 시인의 시편이 입체적으로 업되어 내 영을 격려한다. 그리고 유월의 절규를 한으로 새긴다. 이제라도 일어나라! 그리고 빛을 발하라! 지난날 이 지구촌의 숱한 젊은이들을 전쟁의 제물로 앗아간 유월의 한국전쟁이여! 이제는 주님의 평화로 보상하라!
피난길에 오른 핏덩어리 어린 생명 그 세월 칠십 년을 어떻게 보상하려는가! 남조 유다의 바벨론 유수 칠십 년이 새 예루살렘으로 보상되지 않았던가! 유월의 한! ! ! 순교의 피를 흘리고 순국의 피를 흘리게 한 유월의 한이여! 이제 전쟁의 야망을 저 시궁창에 던져 버려라! 순국 순교자들이 흘린 피눈물의 보상은 자유와 구원의 기쁨임을 너는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는가? 너는 창조자의 공의 앞에 참된 평화를 노래하고 싶지 않은가?
유월이여! 그대의 부서지고 조각난 상처투성이의 한을 어찌 모르리오. 이미 그대를 수식하고 있는 대명사가 신록의 계절이라기보다 동족상잔의 비극임을 말이다. 아무리 경제 발전의 찬란한 영광이 현실의 그대를 포장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대가 짊어진 칠십 년 역사의 한을 어찌 내려놓으라 하겠는가! 그대를 창조한 이가 결단코 허락지 않을 터, 두 동강 난 좁디좁은 땅덩어리 다시 기워질 때까지는 상당히 무겁고 지치겠지만 자유와 평화의 자존심은 지켜야지 않을까!
순국열사들과 순교한 선조들이 쏟은 검붉은 피를 신원해 주실 날이 그립고도 사무치거늘 어찌 자유와 평화의 벽을 허물 수 있으리오. 유월이여! 더 이상의 한은 쌓지 말아야 하오. 주께서 이 땅을 다시 기우실 때까지 아니 저 북방의 문을 열고 복음을 자유롭게 실어 나를 수 있는 그날을 주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우리는 기도의 무릎을 펴지 않을 것이라오. 실로 아름다운 유월이여! 창조자의 영광 유월이여! 그럼에도 역사의 중심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그대 유월이여! ~ 그대의 잔혹했던 그날을 어찌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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