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

순 교(殉敎)
기사입력 2019.02.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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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산길을 오르는 범방 산 9부 능선쯤에 필자의 시선을 주목하게 하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 꼭대기에는 첨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좁은 바위틈을 뚫고 아주 튼튼하게 자란 나무가 누군가에게 잘렸는지 아니면 강한 바람에 부러졌는지 죽어 썩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이름 모를 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산행을 하며 부러진 나무를 보는 것은 지천에 깔려 있는 흔하디흔한 그림이다. 그러나 첨부한 사진의 그림은 적어도 본 필자에게 있어서 아주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음이 분명했다. 그것은 순교의 메시지였다. 나를 톱으로 자르거나 부러뜨릴 수는 있겠으나 굳건한 반석의 틈 사이를 뚫고 내린 내 존재의 자존심인 뿌리는 이 거대한 바위를 부수어 가루를 내지 않는 한 결코 뽑을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당찬 메시지는 공회원 앞에 선 사도들을 떠올리게 했다.
바위를 폰에 다 담을 수 없어 거대한 바위의 높이를 꼭대기만 잘라 사진에 담았지만 바위 높이가 어림잡아 약 15~20m 정도 될 것 같았는데 그 틈 사이를 뚫고 저 정도의 나무로 생장하기까지 뻗어 내려야 하는 뿌리의 생존력은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어 서게 하기에 넉넉했다.
그리고 이미 말라죽어 썩어져 가는 그루터기 곁에 둥지를 튼 이름 모를 나무의 메시지도 심상찮았다. 그것은 순교 신앙에 뿌리를 내린 언약 계승의 바통은 영원히 중단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실증이었다.
반석 곧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신앙의 실상을 한 장면으로 묘사해 주는 그림이었다. 느낌과 사고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본 필자에게는 그랬다. 그 그림이 선물한 첫인상이었다. 이윽고 필자의 자아 성찰이 심해(深海)를 탐사하듯 내면의 신앙 세계를 구석구석 파헤친다. 신앙의 뿌리를 일일이 찾아 점검하기 위해서다. 피상적이거나 겉치레적인 무성한 무화과나무 잎사귀는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서머나 교회가 신앙의 박해로 인해 환난과 궁핍에 처한 상태에서 순교냐 배교냐의 기로에 섰을 때 주님의 기대는 순교의 길을 가주길 바라셨다. 과연 주님의 기대에 부응한 서머나 교회는 열두 번째의 순교자 폴리캅 감독을 얻게 되고 계속되는 박해의 긴 터널을 타협 불능의 순교적 신앙으로 뚫고 나갔다. 놀라운 사실은 당시 함께 사도 요한의 서신을 받았던 나머지 여섯 도시와 교회는 역사의 페이지에 먹물을 말리고 말았다. 하지만 서머나 도시는 인구 약 이백만의 항구 도시로 지금까지 이즈미르라는 이름으로 현존하고 있다.
순교 신앙의 비밀이다. 순교 신앙은 죽음으로 신앙 절개를 지키는 것이다. 지사충심(至死忠心) 혹은 지사충성(至死忠誠)이 곧 순교를 일컫는 말이다. 바로 서머나 교회가 기꺼이 선택한 길이요 신약의 사도들과 구약의 선지자들이 장렬하게 걸어갔던 산길이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단연코 그리스도에게서 뺏을 수 없다는 사도들의 영적 기백이다.
서머나 교회에 강타한 박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옛이야기이지만 적어도 죽음을 초월한 신앙을 계승한 오늘날의 지상 교회가 지상 최대의 문화와 번영 세계를 향유하고 있는 환경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죽었으나 살아 있는 메시지를 쏟아 놓는 저 그루터기 앞에 당당할 수 있는 교회와 성도되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살았다고 하나 실상은 죽은 자와 방불한 자칭 유대인이라 하나 유대인이 아닌 것과 같은 크리스천은 아닌지 냉정한 성찰을 주문하며 아이러니의 질문에 부끄럽지 않는 미래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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