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효 목사의 목양칼럼 |

빈자리의 주인
기사입력 2018.06.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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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상에서 한평생을 사는 동안 주님의 몸 된 교회를 개척 설립하여 종신을 바쳐 드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같이 전도가 힘들고 열매가 없는 세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가 설립되고 폐교되는 현상이 두드러져 암담해져 가는 한국교회의 미래가 이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얼마 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교회를 개척 설립하여 가족 외에는 거의 교인이 없어 애간장을 태우는 후배 목사님이 던진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아 지금 이 순간도 교회의 성장 둔화로 인해 고민하며 몸부림치는 사랑하는 동역자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될 것 같아 이 지면에 담아 본다.
목사님,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주님 앞에 제 나름 열심히 목회에 전념해 온 보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마을 노인정을 찾아 어르신들 중심으로 전도 사역을 감당해왔었는데 간혹 한 분씩 교회를 들락날락하시다 소천하신 분들이 그동안 열대여섯 분이 된답니다. 아마 주님께서도 이를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사실 필자 역시 지금 섬기는 교회를 개척 설립하여 아직도 열악한 현실에 직면하여 인간의 그 어떤 능력으로도 될 수 없는 영혼 구원의 장벽을 오로지 주님의 능력으로 뚫고 무너뜨리기를 소망하며 기도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무력감과 좌절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 되면서도 주님이 맡겨 주신 성도들, 천사도 흠모하는 섬김의 지체들과 함께 오늘에 신실과 성실의 사역을 심고 내일의 성숙과 성장을 위해 인내의 기도를 심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지인 후배 목사님처럼 노인정을 중심으로 전도 사역을 해 보진 않았지만 어떤 기회에 요양병원 예배를 인도하면서 때론 친족들을 대상으로 기도와 전도를 실천하면서, 또한 사역의 현장에서 침상의 신세를 지며 생명이 꺼져가는 분들을 대상으로 거의 대부분 교회에 출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찾아가는 이동 교회로 섬긴 일이 양 손가락으로는 꼽을 수 없을 정도였고 그분들 중에는 임종 직전 병상에서 필자가 세례를 베푼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목회자의 사역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고 경험하는 일이기에 그동안 먼저 가신 분들보다는 현재 교회 빈자리의 주인들을 찾지 못해 가슴을 그토록 멍들도록 방치했던 것이 사실이다. 주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너무 크기도 했지만 당장에 충성스러운 성도들을 향한 죄송함과 부끄러움에 더 몸부림쳤던 것 같다.
이를 자괴감이라 해야 할지 무력감이라 해야 할지 자아 정리가 힘든 상태지만 앞서 도입한 지인 후배 목사님의 말씀대로라면 현재의 주인 없는 빈자리가 아니라 어떤 통로로든 복음 사역으로 인한 직간접의 열매가 주님의 나라 백성으로 추수되었고 또한 그렇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임일 터,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려는 시도보다는 복음의 거룩성과 진리성을 지키고 파수하는 복음 전파 사역의 정로를 걷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나름의 정리를 해 본다.
사실 필자가 전도 현장에서 만난 분들 중에는 어떤 전도자가 가까운 교회로 꼭 출석하셔서 신앙생활을 하시라는 권유를 받고 집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는 직분자들도 있었고, 또 어떤 분은 직장 동료 중에 독실한 기독교인의 일상에서 느끼게 해 준 주관적 관점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가와 자신도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다고 간증해 주기도 했다. 지면 상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와 유사한 경우는 허다하게 많았다.
그렇다. 얼마든지 부르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우리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영역이나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복음의 능력은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구원과 심판이라는 양면성을 반드시 결과 되게 한다는 측면에서 기독자의 전인적 역동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모두 힘내자. 스스로 찾아오지도 않고 앉아 주지도 않는 빈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진짜 앉아야 할 영원한 신국의 자리를 채운다는 각오로 삶이란 인생을 말씀화하고 복음화하자.
아주 오래전 필자가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모 강사 목사님이 어떤 방법으로든 교회 빈자리를 채우고 또 채워야 상대적으로 교인 수가 적은 교회보다 구원받는 사람이 많을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힘주어 강조한 상당히 불편했던 논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에 구원을 받을 사람도 많지 않겠느냐는 세속적 가치의 논리에 주눅들지 말고 그리스도께서 희생하신 대속의 복음과 성령의 부르심에 의해서만 십자가의 능력이 역사된다는 사실에 올인하기 바란다. 교세가 약하다고 주눅들지 말고 교세가 크다고 교만하지도 말자. 어차피 사람이 구원받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인즉 바로 그 십자가만 자랑하자.
내 교회만 채우면 된다는 의식을 버리고 신국의 왕성함을 꿈꾸자. 그렇다고 본 교회 중심으로 전도하지 말라는 극단적 논리는 더더욱 아니다. “내 집을 채우라는 주님의 명령은 넓게는 신국의 왕성함을 좁게는 섬기는 교회의 부흥을 실현하라는 명령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때론 우리 곁의 빈자리 주인은 이미 주님 품에 있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주님의 교회에 충성스러운 일꾼으로 열정을 쏟으며 그 역시 자신의 옆에 남은 빈자리 주인을 찾아 헤맬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회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임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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