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편법과 꼼수부리는 CBS, 부당해고 후 반쪽짜리 복직
기사입력 2022.12.1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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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국장 :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태경 아나운서 : 저는 경남CBS에서 일하고 있는 최태경 아나운서입니다. 부산CBS와 울산CBS, 경남CBS에서 총 7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부산CBS에서는 취재리포터로 20125월부터 20145월까지 2년간, 울산CBS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20154월부터 20165월까지 1년 여 간, 그리고 경남CBS에서 역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20169월부터 20185월까지 18개월 간, 20194월부터 202112월까지 28개월간 일을 했습니다. CBS에서는 총 74개월 근무를 했습니다.

 

박미정 국장 : 아나운서가 왜 되고 싶었을까요?

 

최태경 아나운서 : 정확히 표현하자면 저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아나운서가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어졌지만 저는 지금도 아나운서는 언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나 PD에 비해서 세상의 소외된, 약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기 좋은 직업이 아나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소소한 인터뷰를 통해 저도 위로를 받고, 인터뷰로도 위로를 받는 경험을 했고 이것이 저에게 직업적인 보람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자를 위한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박미정 국장 : 경남CBS에서는 어떻게 근무를 했나요?

 

최태경 아나운서 : 프리랜서 아나운서였지만 정규직 이상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정규직으로 인정받은 징표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다른 정규직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이후까지 고정적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두 번째로, 휴가의 경우 정규직 아나운서와 교대로 대체 근무를 했습니다.

세 번째로, 정규직이 했어야 하는 고유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던 정규직 업무를 수행했는데요. 예를 들면, 라디오 방송국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3년마다 한 번씩 방송을 계속 해도 좋다는 방송재허가를 받습니다.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3년 동안 얼마나 공익적인 방송을 했느냐가 중요한데요. 때문에 3년 간 방송한 프로그램, 캠페인 등을 취합하는 지난한 업무가 있습니다. 이 업무는 정규직 고유의 업무이나, 당시 정규직 PD와 아나운서, 그리고 제가 맡았고요. 저는 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밤샘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라디오를 들으면 광고나 캠페인을 들을 수 있는데요. 이 광고나 캠페인을 정해진 규칙에 맞게 또 시간에 맞춰서 순서대로 배치를 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이를 광고편성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역시 정규직의 고유 업무이나 제가 담당한 바 있습니다.

네 번째로, 이 업무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남CBS 임원들의 지휘감독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맡았던 교계뉴스라는 프로그램의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원고에 들어가야 할 경남교계의 주요한 정보를 임원들로부터 전달 받았습니다. 원고를 수정하라는 지시도 받았고요.

다섯 번째로, 회사에 수익을 남겼습니다. CBS의 주 수입원 중 하나는 목사님들의 설교 방송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설교방송은 금액이 책정돼 있는데요. 저는 2개의 설교를 유치했습니다.

여섯 번째로, 회사로부터 고정 좌석과 컴퓨터 등 고정 비품을 지급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노동위로부터 근로자성이 인정된 징표는 많습니다. 이렇게 정규직 이상으로 28개월 간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20211231일자로 계약만료 즉,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박미정 국장 : 해고 통보를 받던 날 보도국장과의 면담 상황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때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최태경 아나운서 : 해고 통보는 11월에 총무국장으로부터 먼저 받았고요. 이후 2주 정도가 지난 뒤 보도국장과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을 때 당시 보도국장으로부터 본사의 방침으로 2년이 넘은 프리랜서는 추후 법률 분쟁이 생길 것을 우려해 정리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서울 본사의 지침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해고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CBS를 또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상실감이 컸고, 좌절감도 느꼈습니다.

 

박미정 국장 : 해고 이후, 복직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최태경 아나운서 : 해고 이후,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경남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경남지노위로부터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인정을 받았고, 사측은 원직복직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사측은 지난 9월 복직을 이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복직이행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남지노위의 판정에 불복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사측이 중노위에 제기한 재심은 기각됐습니다. 중노위 역시 경남지노위와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계약이 2년이 된 시점인 20214월부터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으며, CBS에 원직복직 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104일에 경남CBS로 복직을 했습니다.

 

박미정 국장 : 복직을 했으면 잘 마무리된 것 아닌가요?

 

최태경 아나운서 : 아닙니다. 문제는 반쪽짜리 복직이라는 점입니다.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사측에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으며, 원직복직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는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로 복직시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빼고 이전에 일했던 프리랜서로 복직을 시킨 겁니다. , ‘원직복직이 아닌 셈입니다.

 

박미정 국장 : 복직하고 나서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됐나요. 그럴 때마다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최태경 아나운서 : 복직 이후 저는 해고 이전보다 후퇴한 근로 환경에 처했습니다.

첫 번째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당했습니다.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사측은 프리랜서로 복직한 거니 기존의 프리랜서 계약서를 연장하며, 따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로, 프리랜서로 복직했기 때문에 연차는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 휴가를 가려면 저를 대신해서 근무할 프리랜서를 구하고 휴가를 가라고 지시했습니다.

세 번째로, 직원 예배에 참석하기 힘들어졌고, 회사에 남아서 근무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해고 이전에도 매일 아침 9시에 있는 직원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복직 이후 예전과 같이 직원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침 9시에 출근을 해서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직원예배는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것이고, 오후 6시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것은 의도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서명을 하라며 각서에 서명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규직에게 직원예배는 의무사항이긴 하지만 외근이 잦은 직군의 경우 직원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만 직원예배에 자발적으로 참석한다는 것을 확인받겠다는 것은 또 다른 종교적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규직은 직원예배를 드려도 되고, 비정규직은 직원예배를 자유롭게 드리지 못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네 번째로, 결제 라인을 없앴습니다. 저는 <찬양과 함께>라는 음악프로그램을 제작,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는 음악프로그램을 맡을 경우, 원고쓰기, 선곡, 제작, 진행, 편집의 전 과정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해고 이전에는 원고를 작성한 뒤 담당PD로부터 결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복직 이후 담당PD는 결제를 거부하면서, 원고만 달라고 했습니다.

다섯 번째로, 홈페이지 등 기존에 활용했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저는 <찬양과 함께> 담당자로서 경남CBS홈페이지에는 선곡표 등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복직 후에는 홈페이지 글쓰기를 할 수 없게 차단당했습니다. 그리고 해고 이전에 제가 올렸던 선곡표는 모두 삭제 당했습니다.

여섯 번째로, 직원들과 접촉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본사의 지시로 경남CBS직원들은 저와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 교계뉴스의 자료를 해고 이전에는 카톡 등으로 제게 보내고 지시했지만, 지금은 전용 서류함을 회사에 비치해서 서류함에 자료를 놓아두면 제가 수거해서 원고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제게 업무를 주고 있습니다.

 

박미정 국장 : 방송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최태경 아나운서 : 방송계에는 수많은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 뒤에, 마이크 뒤에 가려져 정작 다른 업계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MBC 방송작가들이 지노위와 중노위 그리고 행정소송에서까지 승소하면서 근로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MBC는 방송작가들을 정규직이 아니라 방송지원직이라는 무기계약직군을 만들어서 복직을 시킨 바 있습니다. 또 타 방송국의 아나운서들도 각각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원직복직을 한 사례도 있지만, 100만원 선의 업무만 주는 등 방송사가 근로자를 괴롭히는 수법은 날로 잔인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방송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방송사들이 원직복직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박미정 국장 : 사실 언론계에서 부당해고 소송을 걸기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당해고 소송을 걸고, 회사와 싸워 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최태경 아나운서 : 첫 번째는 저를 위해 평생에 한 번 용기를 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저와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복직 과정을 겪으면서, 프리랜서로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지만 다음 커리어를 위해서, 방송계가 워낙 좁으니까 등 많은 이유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이 고민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첫 번째 이유, 저를 위해 평생 한 번 용기를 내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한 일이 저와 비슷한 다른 분들을 위한 결과를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미정 국장 : 지금 심경은 어떻습니까?

 

최태경 아나운서 : 저는 지난 1110일 서울CBS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도 밝혔지만 불가촉천민이 된 기분입니다.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 이상으로 일을 시키더니, 근로자로 인정받으니 프리랜서로 일하라고 합니다. 늘 하나님의 방송, 정론직필을 강조하는 CBS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근로자로 인정받았는데도 편법을 써가며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CBS를 사랑했던 조직원으로서 비통함을 느낍니다. 저는 건강한 조직은 자정능력이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CBS가 제 사건을 계기로 자정할 수 있는 조직임을 증명해주길 바랍니다.

 

박미정 국장 :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최태경 아나운서 : 각 방송사마다 저와 같은 프리랜서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2년이 넘게 근무를 했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까지 기자회견을 한 건, 제 사건이 저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방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방송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 희생을 강요당하고, 눈물짓게 만든다면 과연 그 방송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는 e-뉴스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사명으로 오늘도 일터로 향했을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더 이상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울타리가 돼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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