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가야할 길, 진지하게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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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60%가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난 1984년부터 한국인의 종교를 조사해온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입지가 해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63% 정도가 종교의 순기능을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종교에 대한 불신이 커진 셈이다.
또 우리 국민들은 ‘개인 생활에 있어 종교가 중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1984년 68%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그 이후 계속 줄어 2004년 50%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38%만 종교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반면 개신교인의 90%는 종교가 개인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신앙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이다.
또 신의 존재를 믿는 국민 역시 30%대에 머물렀다.
지난 1984년 조사 때는 절반이 넘는 51%가 신의 존재를 믿은 것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이다.
반면 종교인들은 대체로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었다. 불교인 59%, 천주교인 65%, 개신교인의 80%가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다. 특히 개신교인의 긍정적 시각이 타 종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종교를 보는 시각 차이가 뚜렷한 셈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비종교인이든, 종교인이든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좀 더 커졌다. 우리 사회의 탈종교화 현상이 뚜렸해지고, 종교의 영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이다.
물론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가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의 여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교회는 성장주의, 대형주의에 집착했다. 따라서 사회적 사명을 등한시하거나 교회간의 연대가 느슨해졌다. 여기에는 교단주의도 한몫했다. 게다가 어떨 때는 교회 세습 등 편법과 부정을 동원하기도 했으며 사회에 본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차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집단감염이라는 부정적 역할이 부각되면서 교회와 사회의 괴리감은 더 깊어졌다.
또 과학적 자료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이를 등한시 했던 신학과 사유의 태도, 그리고 교회 전통 역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향후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계는 사유의 폭을 넓히고, 종교가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의 본질 회복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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